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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교토의 라면 문화

 우주비행사인 오오니시 다쿠야씨 (40)가 작년 10월 말, 지구로 귀환하여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은?'이라는 보도진들의 질문에 "라면"이라고 답했다. 초밥, 튀김이 아닌 라면이었다. 국제 우주 스테이션에서 바라보는 둥근 지구는 오오니시씨에게는 라면 대접으로 보였을까? 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지금 라면은 국민식이라고 불리며 미슐랭 가이드 북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화식의 성지'인 교토에서도 라면에 관광객들의 뜨거운 시선이 모아진다.
  '왜 교토가 라면일까'.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교토를 대표하는 라면 가게 몇 곳을 소개하겠다. 유명한 곳은 JR교토역 근처에 나란히 있어 인기를 겨루는 '신푸쿠사이칸'과 '본가 다이이치아사히'이다. 신푸쿠사이칸은 창업이 1938년인 역사있는 곳이다. 간장 베이스의 검은 국물을 처음 본 손님들은 놀라지만 의외로 맛은 깔끔하다. "다카바시의 신푸쿠사이칸의 라면과 볶음밥 (이것도 까맣다)의 조합은 기가 막힙니다."라고 하는 택시 운전 기사님. 다카바시란 교토역 동쪽의 다카바시소바의 통칭명으로 교토에서는 이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옆의 본가 다이이치아사히에서는 단골들이 '파 많이요' '면은 꼬들꼬들하게'라며 주문이 이어진다. 교토에는 이러한 손님들의 주문에 응해주는 가게가 꽤 많다. 이 두 가게도 각각 '여기가 더 맛있어요'라며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는다. 필자도 교토 근무 시절 직장에서 단체로 다카바시에 가서 어디로 갈 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긴카쿠지절 근처의 '마스타니'에는 간장맛으로 개운하고 '완성도가 높은 맛'이라고 한다. 종전 후 얼마 안되어 1949년 창업인 전통있는 가게로 가이드북을 보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방문하여 기다릴 각오를 해야 먹을 수 있다.
 '텐카잇핀(천하일품)'은 40여년 전 긴카쿠지절 근처에서 조업을 하고 기타시라카와에 본점이 있다. 점원은 "국물 농도는 진하게 할까요? 맑게 할까요?"라고 묻는다. 추천 메뉴인 '진한 농도의 국물'을 주문하면 포타주같은 국물의 라면이 나온다. '국물에 젓가락이 꽂힐 정도'라는 진한 농도이다. 닭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보면 보기와는 달리 느끼하지 않다. 이 '과격한 국물'로 급성장하여 전국 200점 이상의 체인점이 있다. 한신타이거스의 멧신저투수는 야구계의 라면 덕후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텐카잇핀의 라면을 좋아한다고 한다. '미국 메이저 리그로부터의 러브콜을 외면하고 한신에 남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일본에서 라면을 먹고 싶어서라고 산케이스포츠는 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브랜드점의 점포 구조이다. 신푸쿠사이칸과 본가 다이이치아사히 두 가게는 인사도 교토다운 우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맛과 함께 가게의 '소박함'도 겨루는 것일까 할 정도이다.
 
 작가인 아베 마키오씨는 교토대학생 시절의 체험을 통한 교토 라면의 문화를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의 도시라서 북쪽에서 남쪽에서 여러가지의 맛이 옵니다. 동일본의 간장맛에 서일본의 진한 농도, 그런 의미에서는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맛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여기에 교토요리의 전통이 덧붙여졌다. "하나의 맛을 그대로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다각도로 생각해 맛의 변화를 줍니다. 교토 사람들은 고집이 있으니까요. 라면에 대해 이렇게까지 연구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토신문사 간 『라멘다이스키』)
 그러나 교토 라면의 진한 농도와 농후한 맛은 교토요리의 품위있는 싱거운 맛을 동경하는 '교토 최고'라는 관광객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듯한 마음일지 모른다. 이이다바시라면 연구회는 '천년의 도읍지에 살아온 치미모료(요괴)가 모두 스며들어 있는 듯한' (고분샤 『일본 라면 대전』)라는 신랄한 어휘도. 괴물이나  요괴라고 불린다면 교토의 라면도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교토에서 「시니세(오래된 가게)」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다. '종전 후 바로 창업한 시니세 라면점'등이라고 하면 '어떤 전쟁입니까?'라고 되물어 온다. 교토에서의 첫 대전이라고 하면 도읍이 불타 허허벌판이 되어 버린 오닌의 난 (1467)이며 시니세는 무로마치시대(1338~1573)부터 간판을 지켜온 가게를 말한다고 한다. 『교토 싫어』(아사히신조)의 저자인 이노우에 쇼이치씨 (국제 일본 문화 연구 센터 교수)는 '천년의 고도의 불쾌감'이라고 한다. 라면 맛 하나에 이렇게까지 잔소리를 하는 것도 천년의 도읍의 마력, 아니 매력일지 모른다. (사토 다카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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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가게가 붙어 있어 인기를 겨루는 다이이치아사히와
신푸쿠사이칸